형의 유산 노린 존속살해…준비없는 상속의 비극[상속의 신]
- 조용주 변호사의 상속 비법(92)
- 형 사망 후 상속권 다툼으로 친부 살해, 징역 27년
- 유언·투명한 분배 없이 '사후 경쟁' 내몰린 가족들
- 전문가 개입과 사회적 안전망 없인 비극 반복된다
[조용주 법무법인 안다 대표변호사·안다상속연구소장] 최근 부산에서 참담한 상속 관련 강력 범죄가 발생했다. 30대 남성 A씨가 사망한 친형의 재산을 단독으로 상속받기 위해 친부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되어 징역 27년을 선고받은 사건이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올해 3월 26일 새벽, 해운대의 한 아파트에서 60대 부친을 무려 14차례 찔러 숨지게 했다. A씨는 과거 직장에서 성추행 사건으로 권고사직을 당한 후 무직 상태로 생활고에 시달려왔고, 지난해 12월 재산이 있는 형이 급작스럽게 사망하면서 상속 문제에 집착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그는 아버지를 죽이고 형의 재산을 차지하려다 중형을 선고받는 비극적 결말에 이르렀다.민법에 의하면 형이 사망하면 직계존속인 부친이 1순위 상속인이 된다. 그러나 부친이 상속을 포기할 경우, 그 상속권은 동생인 A씨에게 단독으로 귀속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부친에게 지속적으로 상속 포기를 요구했으나 거절당했고, 그 과정에서 부자 간 갈등은 깊어졌다. 범행 당일, “관계를 회복하겠다”며 부친의 집을 찾았으나 또다시 언쟁과 몸싸움이 벌어졌고, 격앙된 감정은 돌이킬 수 없는 범죄로 치달았다.
이 사건은 상속 분쟁이 어디까지 잔혹한 파국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상속이 더 이상 단순한 재산 문제에 머무르지 않고, 인간의 존엄과 생명까지 위협하는 사회적 위험 요소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하는 사례다. 안타깝게도 이와 유사한 사건들은 최근에도 반복되고 있다.
상속 분쟁의 근본적인 문제는 재산 다툼이 언제나 가족 간의 감정적 균열 위에서 진행된다는 점이다. 피상속인을 잃은 상실감, 오랫동안 누적된 서운함과 경쟁 의식, 경제적 불안과 좌절이 상속이라는 구체적인 이해관계를 만나면서 한순간에 폭발한다. 이 과정에서 권리는 ‘정당하게 주장해야 할 몫’이 아니라 ‘어서 빼앗아야 할 대상’으로 왜곡되기 쉽다. 더욱이 상속 포기, 유류분, 증여 환수와 같은 법적 개념들이 제대로 이해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부정확한 정보와 잘못된 기대가 분노와 적개심을 더욱 증폭시킨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문제는 상속이 사전에 체계적으로 준비되지 못한 채, 언제나 “사후 해결”의 문제로 방치된다는 점이다. 유언이나 분배 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사망이 발생하면, 그 순간 상속은 곧 상속인들 간 경쟁 체제로 돌입한다. “얼마를 받느냐”가 모든 대화의 중심이 되고, 가족이라는 관계는 뒷전으로 밀려난다. 재판을 통해 분쟁을 종결할 수는 있어도, 찢어진 관계까지 회복시켜 주지는 못한다. 실제로 상속 분쟁 후 대부분의 가족이 왕래를 끊고 남처럼 살아가는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이 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상속은 ‘절차’ 이전에 반드시 ‘설계’의 문제라는 사실이다. 첫째, 유언의 필요성이다. 공정증서 유언과 같이 법적 안정성이 확보된 방식으로 자신의 분배 의사를 명확히 밝혀두는 것만으로도, 상속 포기를 둘러싼 요구나 근거 없는 억측은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 둘째, 생전 증여 내역과 재산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재산 구조와 분배 원칙을 가족들과 미리 공유하기만 해도 많은 갈등은 불필요해진다. 셋째, 상속 분쟁이 본격화되기 이전에 조정과 중재 절차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감정의 골이 깊어지기 전에 전문가가 개입해 법적 오해를 바로잡고 대화를 중재하는 것이 갈등 확산을 막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넷째, 고령자를 위한 공공 신탁, 유언 컨설팅 제도의 활성화 역시 필수적이다. 개인의 준비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상속 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
상속은 재산을 나누는 마지막 절차가 아니라, 남은 가족이 앞으로 어떤 관계로 살아갈지를 결정하는 출발선이다. 이번 사건은 준비 없는 상속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상속 분쟁은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것이다. 그러나 가족 스스로 서로를 이해하고, 상속법에 대한 기본적 이해를 갖춘다면 그 갈등의 강도는 분명히 낮아질 수 있다. 앞으로 상속 분쟁을 예방하고 조정하는 전문 컨설팅 시장 역시 자연스럽게 성장할 것이다. 이제 가족 간 상속은 감정에 맡겨두기에는 너무나 위험한 문제이며, 전문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한 영역이 되었다.
■조용주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사법연수원 26기 △대전지법·인천지법·서울남부지법 판사 △대한변협 인가 부동산법·조세법 전문변호사 △안다상속연구소장 △법무법인 안다 대표
성주원 기자sjw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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